프로그램 노트
아무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늙고 병들어 생의 마지막을 원치 않는 곳에서 보내게 되는 노인들에 비하면 여전히 단정하고 우아한 루스는 잘 준비된 노년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알츠하이머로 아들도 몰라볼 만큼 기억을 잃기 전에 루스는 자신이 갈 요양시설을 미리 정해두었다. 요리법도 자신이 살던 곳의 주소도 잊지 않았고 부드러운 포옹과 다정한 애정표현의 감각도 아직 생생하지만, 루스에게 새로운 주거환경은 완전히 새로운 자아와 새로운 관계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세라 프리들런드의 빛나는 데뷔작 < 친숙한 손길 >은 치매노인이라면 자아를 곧장 상실하거나 통제불능의 아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단순한 판단이나 두려움에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노년의 가족이나 이웃을 둔 관객이라면 더욱 간절하게, 루스를 둘러싼 새로운 세계가 내내 친절하고 다정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