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동일본대지진 이후 남편이 사라지자, 와병중이던 시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아들을 키워 독립시킨 것은 중년의 요리코가 오롯이 홀로 해낸 일이었다, 비록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의존하긴 했지만. 그런데 10년 만에 남편이 갑자기 말기 암환자가 되어 나타나고 아들은 청각장애인을 연인을 데려오고 직장에서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면서 요리코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 파문 >은 개인적인 재앙과 국가적인 재난 후에 홀로 남아 자신의 공간을 강박적으로 정갈하게 지켜내던 중년여성의 이야기다.
그가 왜 깨끗한 물을 숭배하게 됐고 흐트러짐을 경멸하게 되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 카모메식당 >(2006)과 < 안경 >(2007)으로 슬로우라이프 무미와 힐링 라이프스타일의 길을 열어온 오기가미 나오코는 이 영화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거나 숨어들지 않는다.
더 이상 ‘슬로우’ 하지 않은 요리코와 나오코의 리듬이 통쾌하고 반갑다.(최은)